정새난슬 - 클랩함 정션으로 가는 길
일년에 두번. 몸은 내게 파산 선고를 날린다. 새해 직전 몸은 어김없이 내게 선고를 해왔다. 이따금씩 일어나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이따금씩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안들이 떠오를 때면, 몸은 '죽어라' 윽박을 질러왔다. 마치 한번 죽어야 앞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기억들을. 단상들을 직면하는 것은 무겁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될 때쯤, 며칠 동안 먹었던 감기약이 아빠의 콜레스테롤 약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와 아빠는 30분 동안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다. 혹 나의 늦은 경제적 독립에 대한 타박이 비웃음으로 표출이된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아마도 그것은 나의 죄의식 때문이었으리라..
이따금 징징대고 싶다. 작년 징징댄 후 그 결과는 처참했던 것 같다. 징징대지 않으려고 그리도 노력했음에도.. 징징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괜한 헛짓거리 안하고, 어떻게든 버텨내는 법을 배워야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이따금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허나 내 편이야 말로 무서운 것이 아닐까도 싶었다. 자신들을 절대'선'으로 인지하며, 타인들을 '악'으로 취급하는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빠져 정신승리를 일삼는 특정 정치세력이 떠올랐다.
이따금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이리저리 재고, 계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계산들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이제부터 이리저리 재지 않고, 계산하지 않는 관계가 불가능함을 인정해야하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서른이 되어 있다.